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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토착왜구’라는 말이 유행인데요,

일본 천황(그냥 천황으로 씁니다. 고유명사이니까. 우리도 고종황제, 명성황후라 부르니까)이 바뀐다고 난리니,

‘천황 일가에 섞인 조선 피’라는 트릭으로 토착왜구를 왕창 만들어냈던 얘기를 해보지요.

 

물러난 아키히토 천황이 자기 생일 기자회견에서 “간무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는데,

이번 천황 교체를 보도하면서,

한국 언론들이 이거를 “일왕이 깜짝 발언을 했다”라고 거의 공통으로 쓰고 있더라고요.

 

조선일보 4월 30일자 기사
머니투데이 4월 30일자 기사

천황 일가에 조선인의 피가 과거에 섞였다는 게 깜짝 발언도, 놀라운 발언도 아님은

춘원 이광수가 1941년 1월 달에 발표한 글을 보면 됩니다.

 

당시 이광수는 “조선총독부에서 이 말을 해도 된다고 허락해 아주 기쁜 마음으로 쓴다”

“두 번 조선의 피가 일본 황실의 들어갔다. 첫 번째는 신라를 정벌해 임나일본부를 세웠다는 신공황후가 신라 천일창의 후손이며, 두 번째는 백제 성왕의 증손녀가 간무천황의 어머니였다”고 잡지 ‘삼천리’에 씁니다.

 

총독부의 사실상 지시로 '피가 섞인 사실'을 널리 알리는 데 '뼛속까지 친일파' 이광수가 나선 것을 알 수 있지요?

동아일보 편집국장 시절의 이광수.

총독부의 이런 작전이 조선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광수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이광수는, 피가 섞인 사실을 안 뒤에는 “식민지 조선인으로서가 아니라 고대인 조선인으로서” 즉 “1천 년 전에 서로 교류하고 결혼도 했던 동조동근(同祖同根) 한-일 민족의 후예로서 자기 나라(일본 열도도 예전에는 한 나라였다니...)에 간다는 기분으로 일본에 갔다”는 식으로 다른 글에서 씁니다.

대~~단한 정신승리법 이지요.

 

이광수는 이러면서 “나는 더 이상 식민지이 아니다”, 즉 일본인에 착취 당하는, 일본인을 모셔야 하는 피식민지 백성이 아니라 “같은 조상의 후손이므로 일본인과 조선인을 천황은 모두 똑같이 쳐다본다. 즉 평등이다”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지요.

 

한 민족이므로 어떻게 해야지요?

일본 민족이 거족적으로 싸우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동족 일본족을 위해 한민족 역시 온몸을 바쳐, 자발적으로 싸우고 봉사해야겠지요?

 

그걸 총독부는 노린 겁니다.

 

일본군을 뒷배삼아 중국을 쳐들어가는 조선인을 그린 만화.

이광수는 이런 비유도 듭니다.

 

'큰아버지의 자손은 일본 민족이 되었고,

작은아버지의 자손은 조선민족이 되었다. 한 민족이다.

일본의 옛 수도 나라는 조선의 옛 수도 경주와 같은 곳이다. 아, 그리운 나라(일본의 교토 지역)!'

라는 식이지요.

 

그런데, 이광수가 이런 소리를 지껄이며 일본에 와서 활동을 하니,

예전 ‘조선에서 온 촌놈 유학생 이광수’를 기억하는 일본인 친구들이 어떻겠어요?

완존 제정신이 아닌 게지요.

 

식민지 조선인이 갑자기 “나도 일본 민족이 됐다. 너랑 나랑 동급이야”하고 뻐대기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광수의 동창인 일본인 친구 야마사키에겐 "가당치도 않은 얘기"겠지요.ㅋㅋ

 

일본 , 조선, 만주를 모두 포함한 일본의 이른바 '일만선(日滿鮮) 지도'. 만주와 조선을, 특히 조선을, 중국으로부터 완전히 떼어내 "중국과는 종족적으로 다른 민족이 사는 땅"으로 분리해내자는 게 일본의 제국주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정책이다.

어쨌든 일본 쪽은 일관성 있어요. 1940년대에는 이광수 시켜서

“조선인과 일본인은 한 민족, 한 뿌리이므니다”를 전파했고,

히로히토 일본 천황도 21세기 들어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더구나, 1940년대에는

"한반도에 임나일본부란 식민지를 이미 고대시대에 설립했던 신공황후는 신라계"란 소리까지

하도록 조선총독부가 이광수에게 시켰지만,

 

2001년에 아키히토 천황은 고 얘기는 싹 빼먹잖아요?

여자 섭정이라고는 하지만, 황제였던 신공황후가 바로 신라계 후손이라고 하면 너무 막 나가는 것 같아 그랬을 겁니다, 아마도.

 

그렇게 치자면, 일본은 오히려 크게 후퇴한 건데도 (두 번 피 섞임을 한 번으로 슬쩍 줄였으니),

그런데도 그럴 때마다 조선인, 한국인들은 뻑가요. 이광수가 뻑 갔듯이.

 

“이야~~~~~ 천황이 직접 말했잖아? 자신은 백제 후손이라고”.

헌데, 천황은 그런 소리 한 적 없걸랑요?

그냥 “조선의 왕녀가 일본 황실로 시집 왔다”고만 했을 뿐입니다.

상왕으로 물러난 아키히토.

“천황이 직접 말했잖아? 자신은 백제 후손이라고”라면서

한국인들이 게거품을 무는 현상에 대해,

오히려 일본 학자가 친절하게도, 측은하다는 식으로 해석을 해줍니다.

 

간무(桓武) 천황의 어머니는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일본의 사서에 있는데, 어머니는 단순한 밭이고 씨는 아버지라는 생각에서 보면, 어머니가 외국인이라도 천황가의 만세일계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가노 미키요, ‘한일 역사인식 논쟁의 메타히스토리’ 318쪽에서 인용)

 

한마디로, 웃기지 말라는 소리지요?

 

양반 이씨 집안에, 평민 황씨 아녀자가 시집오면, 그 양반 이씨 집안이 그날부터 평민 황씨 집안으로 바뀌나요? 전원이?

아니잖아요. 밭(여자)은 바뀌어도 씨(남자의 가부장 계열)는 쭉 가는 거니까.

 

나루히토가 126대 왕이라고 자랑하는 일본 언론의 보도. '만세일계(萬世一係)' 자랑질이다.

"천황 일가가 백제계" 어쩌고 하는 건, 그저 조선 사람들끼리의 자위에 불과하지요.

 

100년 전에 이광수가 뻑가고, 21세기에 한국 언론이 뻑가는 건

모두 일제강점기 일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일본인들이 똑같은 소리를 하면,

“야, 이눔들아. 그거 예전에 그걸로 이광수 속여 먹었잖아?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면박을 줄텐데,

 

도대체 갈쳐주지를 않으니 또 속을 밖에요...

 

'조선인 가미카제'의 죽음에, 식민지 조선의 언론들은 열광했었다. 이런 거 안 가르치니까 '토착 왜구'가 계속 생겨나지!

창피한 역사는 감추고, 자랑스러운 역사만 가르치겠다는 건데,

그러면

세월호 얘기는 창피하니까 앞으로 안 가르칠 건가요?

 

독일에서는 나치의 창피한 역사를 열심히 가르친다는데,

왜 그러겠어요?

안 가르치면 21세기판 나치 또 생기고,

독일 민족 또 대거 죽어나갈 테니까....

 

진실을 안 갈쳐주는 게 바로

토착왜구를 계속 생산해낼 수 있는 메커니즘입니다.

 

"천황은 아베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열심인 한국 언론들..... 이광수가 조선인들을 '황국신민'으로 만드는 데 최대로 활용했던 게 일본 정치인들 아니라 바로 '조선인도 사랑하는 자비로운 천황'이었던 거 정말 모르나?

 

레이와 시대가 왔다며,

“그래도 천황은 아베와 다르다”며,

'인자한 천황'에 인자할 준비를 하는 듯한 한국 언론들....

 

정말 위태위태합니다.

 

그럼 다음 순서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토착 왜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따박따박 읽어내는 북손탐의 재밌는 북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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