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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의 친일 행각이야 벌써 10여 년 전부터 솔솔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가 ‘친일’을 지나 ‘친나치’까지 했다는 혐의를 덧씌운 책이 나왔습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국제관계학부)의 신간 ‘안익태 케이스 – 국가 상징에 대한 한 연구’입니다. 

 

그가 친나치를 했다는 증거로 
이 교수는 

△ 나치와 일본제국주의가 손잡고 세계를 새롭게 분할하며 자기들 천하가 이뤄질 것처럼 거들먹거리던 1941~1944년 동안 유럽의 나치 점령 나라들에서만 집중적으로 활약하면서, 일본을 찬양하는 자작 교향곡들인 ‘만주국’ ‘에텐라쿠(越天樂)’ 등을 줄곧 연주했으며 

△ 미 전략 첩보국(OSS)이 ‘일본 제국주의의 유럽 내 첩보망의 독일 총책’이라고 파악했던 에하라 고이치의 집에 머물면서 나치 핵심부에 접근해 게쉬타포 비밀경찰로부터 ‘믿을 만한 자’라는 인증을 받아 ‘독일 제국음악원’ 정식 회원이 됐고

△ 나치의 패배 징후가 농후해지자 ‘벌 받지 않을 게 분명한’ 파시스트 독재 국가 스페인으로 도주한 점 

등을 제시합니다. 

 

안익태가 평생 자랑스럽게 생각한 사진 한 컷. 당대 유럽 음악계의 최고 거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악보를 검토하고 있는 안익태 선생. 이해영 교수는 책에서 이 사진에 대해 '독일-일본 협회'(나치 정부가 실제적으로 운영 주체)가 나치를 위해 개최한 1942년 음악회 관련 파일 안에 소장돼 있으므로, 악보는 슈트라우스가 일본의 황기 2600년(1940년)을 맞아 작곡한 '일본 축전곡'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나치 전력이야 뭐 나치와 한국은 별 관계 없으니 그렇다 쳐도, 
이해영 교수가 특히 안익태를 나무라는 이유를 제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이 되겠습니다. 

즉, 
1935년(안익태의 나이 29세)에 ‘애국가’를 작곡하고, 
1938년까지는 애국가 선율이 들어간 ‘한국 환상곡’을 작곡해 연주한 
열혈 애국청년 안익태였지만,  (그렇게 따지면 뭐 이완용이나 이광수, 최남선 모두 젊을 때는 다 팔팔한 민족주의자-애국자들이었죠. 젊어서 애국 안한 사람, 또는 요즘 말로 하면 젊어서 민주주의 운동 안 한 사람 있나요? '새누리당 계열'에도 한때 학생운동 거물들 많잖아요?ㅋ)

 

조선일보 1934년 2월 15일자에 실린 '미국 악단의 총아, 우리 음악가 안 군' 관련 기사(왼쪽)와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청년 안익태. 그는 1930년대만 해도 피끓는 애국 청년이었으나.......... 

일본이 만주국을 세우고(1931년), 베이징을 점령하며(1937년),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에 돌입(1941년 12월 7일) 하는 등 
완전히 막강한 세계 최강의 열강 중 하나로 떠오르자, 

에하라 고이치에게 접근해 1941년 12 월 10일부터 베를린 시내 그의 집에서 기거하기 시작했고 (날짜가 기가 막히죠? 일본의 진주만 습격 3일 뒤에 안익태는 전격 일본의 독일 첩보총책 집으로 이사들어갑니다요ㅋ)

 

일본인 전체와 상당수 조선인들을 '전쟁 열광'의 분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을 다룬 책의 표지. 이 공습 사흘 뒤 에키타이 안은, 베를린의 만주국 공사 에하라 고이치의 집으로 살러 들어간다. 시점 한번 흥미진진~~~ 

1942년에는 만주국 건국 10주년을 기념해 ‘만주국’이라는, ‘한국 환상곡’과 아주 비스무레한(이 교수 말에 따르면 겹쳐지는 부분이 많은) 교향악곡을 작곡해 유럽 안에서 열나게 연주하고 다니다가, 

1943년 스탈린그라드에서의 패전으로 독일의 곤경에 빠지기 시작하고,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절묘한 시점에서, 

에키타이 안은 슬그머니 파리를 벗어나 ‘안전 국가’ 스페인으로 도주하지요.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나치 치하에서 자랑스럽게 연주하던 ‘만주국’의 악보를 폐기한답니다. (책 128쪽 참조) 

 

이해영 교수가 '독일 연방 문서보관소'에서 촬영한 동영상의 한 장면. "사선을 지르고 촬영" 조건 아래 촬영한 화면에는 '축제 음악 - 에키타이 안 지휘, 에하라 고이치 작사'라고 쓰여 있다. 배경의 악보가 바로 에키타이 안 작곡의 '만주국'의 악보이며, 에키타이 안은 이 악보를 독일의 패배가 가시화된 이후 없애버렸다고 이 교수는 전한다.  

에키타이 안의 교묘한 행태가 잘 드러나는 게 바로 이 ‘만주국’이라고 이 교수는 규탄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는 열혈 애국 청년일 때 
애국가와 ‘한국 환상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이 흥하면서 조선의 독립이 ‘먼 옛날의 헛된 꿈’이 되버리자, 
‘일본판 미국’(신대륙 거대 다민족 국가)이랄 수 있는 만주국의 건국 10년을 기리는 ‘만주국’을, ‘한국 환상곡’을 살짝 바꿔 만들어낸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입니다. 
(이 교수는 책 103~104쪽에서 ‘한국 환상곡’과 ‘만주국’의 겹치는 부분을 콕 찝어내 지적합니다)  

 

'만주국'의 곡조와 '한국 환상곡'의 곡조가 동일한 가운데, 가사만 다르다는 내용을 밝힌 '안익태 케이스'의 103쪽 중 일부. 하나의 곡을 작곡한 뒤 정치 시세에 따라 때로운 피끓는 애국 환상곡으로, 또 때로는 피끓는 천황 폐하 환상곡으로, 또 일본 패망 뒤에는 다시 대한민국 환상곡으로 곡 돌려막기를 했다면, 참 대단한 변신술이 아닐 수 없다. 

 

https://youtu.be/uXGY3NdRqF8

https://youtu.be/YTS5lyKBfFc

조선(한국)을 ‘애국’하다가, 시세가 바뀌니까 일본을 ‘애국’하는 걸로 바꾼 거지요. 

뭐, 그럴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친일파, 아니 조선의 민중 거의 전원이, 

일본이 중국 대륙으로 마구마구 진출하고, 

영국군-네덜란드군을 무찌르다 못해, 

미국에도 이기는 듯한 환상을 심어준

1930년대말~1940년대 초에 대거 '진정한 친일'로 돌아섰거든요. 

 

1941년 진주만을 습격해 미국에 전쟁을 건 뒤, 1942년 2월에는 싱가포르의 영국군마저 항복시키며, '무용'을 떨친 일본군의 모습. 일본의 군사적 승리는 '황인종'을 열광케 했으며, 과거의 반일 불령선인들이 대거 '뼛속까지 친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곧이어 도올 김용옥 선생 표현대로(신간 '우린 너무 몰랐다'에서), 

일본이 허망하고도 급작스럽게 무너지면서 친일파들은 "좟됐다"고 속말을 삼키면서, 

살길을 찾기에 분주합니다.  

 

해방 전후 공간을 설명하면서, 일본의 급작스런 패망으로 친일파 조선인들이 '잣된' 과정을 밝혀놓은, 도올 김용옥의 신간 '우린 너무 몰랐다'.

그러나 에키타이 안(안익태가 일본인 행세를 하면서 쓴 이름)은 

독일의 패배 조짐으로 시세가 불리해지자

‘만주국’ 악보를 스리슬쩍 없애버리고, 
어차피 ‘만주국’이라는 게 ‘한국 환상곡’을 슬쩍 친일 내용으로 바꿔치기 한 것이었으므로 ('한국 환상곡'의 애국가 합창 부분을 빼서 만든 혐의가 농후하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


해방 한국에서 이승만-박정희의 집권이 이뤄지면서 

남한이 ‘파시스트적으로 안전한 나라’로 굳혀져 가자, 

 

자신의 자랑스러운 ‘한국 환상곡’(‘만주국’에다가 다시 애국가 부분을 슬쩍 끼워넣은)을 들고 다시 한국에 들어와, 

 

순혈 애국주의자로 멋지게 활동하셨다는 게지요ㅋ. 

 

그럼 다음 순서에선 이승만-박정희 독재 정권 아래서 

안익태 선생이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따박따박 읽어내는 북손탐의 재밌는 동영상들>

 

https://youtu.be/YomCRTpxmmo

고흐가 미쳤다고? 이렇게 맨정신인데? 

고흐는 열정만의 화가라고? 책을 이렇게나 많이 읽은 지식인인데? 

우리가 잘못 배운 빈센트의 진면모!

 

https://youtu.be/wzpRrXhavCE

메시와 호날두 중에 누가 좋냐고? 

난 단연코 호날두!! 

왜냐고? 인간적이잖아!! 

동양인 비하하느라고 눈찢는 메시가 좋으니? 

호날두는 저런 천박한 짓 말라고 메시 같은 것들한테 아래위로 찢어주잖아.   

 

"아래위로 눈 찢어진 야만인들아!"라면서

 

https://youtu.be/6G2YuN31N1c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법이 있다고라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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